박물관 전시 과정은 논문집필과 매우 유사하다.
주제를 설정하고 집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과 메세지를 제시한 후 여러 자료를 통해 입증하고 설명하는 방식이다.
전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기획자는 관람객에게 명확한 메세지를 제시하고 자료를 통해 가시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시 연출이 더해져 기획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다 쉽게 또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를 설정한다. 이는 지루함을 덜고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소통 창구이기도 하다.
앞서 필자는 전시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주제선정 → 전시자료 수집 → 스토리라인 설정 → 전시원고 및 전시자료 확정 → 전시디자인 → 전시관 공사
→ 자료 디스플레이 → 보완 및 시험운행 → 도록발간 / 문화상품제작 → 전시 오픈
기획전시를 기준으로 해당 과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주제선정
전시의 시작점으로 무엇을 관람객에게 소개할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 다양한 환경적 요소들을 고려하겠지만 분명히 해야할 것은 '박물관 설립목표와 정세성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현상의 경계가 애매할지라도 박물관 정체성이 드러나는 주제가 반드시 전시의 축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국립한글박물관의 정체성은 '한글'이다. 조금더 확대하면 '문자'와 '언어'가 될 것이다. 국립한글박물관이 '우주'와 관련된 주제를 전시할 수 있을까?
음...할 수는 있다!!!
'한글'이라는 주제보다 확대영역인 '문자, 언어'에 집중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한글'과의 직접적인 연계성보다 확대영역인 '언어'에 집중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 자문을 비롯해, 자료 대여 등으로 한글박물이 소장한 콘텐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한글, 문자, 언어'와 '우주'의 접점을 잘 찾아야만 하는 제약이 따른다.
전시자료 수집
선택된 주제에 대해 박물관이 연구한 성과물을 토대로 자료를 수집한다. 박물관 소장자료는 기본이고, 연구과정에서 새롭게 발굴하고 생산된 자료도 전시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유관기관의 자료 서칭(박물관 홈페이지, 도록, 이뮤지엄 등)을 통해 전시기간 동안 '대여'하는 방식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너무 좋은 자료이지만 대여가 불가능하다면 '복제'를 통해 전시하기도 한다.
스토리라인 설정
전시는 한편의 논문이라고 했다. 논문에는 목차가 있고, 집필자가 하고자 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전시도 이와 같다. 기획자가 전시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하려면 체계적으로 정리한 내용을 심플한 형태로 가공해야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다.
기획자들이 스토리라인을 설정하는 과정에 반복되는 실수가 있다.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전시 기획자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다.
보다 많은 정보를 관람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히, 또 많은 내용을 전시 내용에 담는다.
자, 이렇게 되면....패널의 텍스트가 빼곡하고, 진열장 내 유물도 촘촘하게 전시될 수밖에 없다. 숨쉴 틈없이 많은 내용을 봐야하는 관람객 입장에서는 이 전시는 지루하고 답답하고 재미가 없다.
버려야한다. 버리는 것만 잘해도 전시는 성공한다!!
한정된 전시공간과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중심 축을 잘 설정해야 한다. 그 축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중주제, 소주제로 하위 카테고리를 만들고 한 발 옆에서 바라보자. 이 전시의 모든 카테고리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살 살펴봐야 한다.
전시원고 및 전시자료 설정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에 살을 찌우는 과정이다. 글과 자료의 양이 많으면 비만이될 것이고, 적으면 수척하거나 초췌해질 것이다. 전시원고와 자료의 양은 전시 전체공간과 맞닿아 있다. 관람객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양이 읽기 좋고 보기 좋을지 생각하며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으로 원고의 양을 결정하고 전시자료를 선택해야 한다.
전시원고
전문적인 용어는 되도록 관람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다거나 대체언어로 쓰는 것이 좋다. 두괄식이니 미괄식이니 이런 형식은 기획자의 의도에 따라, 글쓰는 스타일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이해하기 쉽게만 쓰면 된다. 관람객을 이해시키고자 많은 양의 글을 쓴다면...눈만 피곤한 패널이 될 수도 있다.
기획자의 과한 친절이 관람객에게는 불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박물관 패널은 중학생을 기준으로 글을 작성한다. 중학생이 읽었을 때 쉽게 읽고 이해했다면 잘 쓴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자료 설정
전시자료는 전시패널 혹은 보조영상에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전시는 것이 좋다. 영상과 텍스트에 없는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면 내용에 혼란만 줄뿐이다.
또한, 전시자료의 양을 줄이자 . 꼭 보여줘야 하는 것들만 추려 전시하자. 진열장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다. 내용과 관련있다고 전부 넣는다면 보기도 좋지 않을 뿐더러 진열장 내 환경으로 자료 훼손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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